2017년 12월 초 오키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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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는 건 여행밖에 없다더니 1년을 되돌아볼 때 그나마 기억에 남은 건 정말 여행기간 그 며칠이 거의 전부다. 길게 보면 분명한 부침이 있는 삶이지만 한 달 혹은 1년 단위로 보면 무척 비슷하게 하루하루 살고 있네. 지금은 한가해서 매일 이런 작업을 하지만 바빠지면 또 몇 년 후에나 들어올지도 모르니 올려본다.

12월에 오키나와 갈 생각은 즉흥적이었다. 워낙에 엄마가 여행을 좋아하기도 하고 내내 일만 시킨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더운 지방이다보니 날씨 좋아지면 너무 비쌀 거 같았다. 급하게 항공권을 끊느라 좋은 시간은 잡을 수 없었고 그나마도 한국사람들 어찌나 일본 많이 가는지 왠만한 날짜는 다 매진이었다. 겨우 평일 중 어느 한가한 때 새벽 4시 50분인가 말도 안 되는 시간을 예매했다. 20만원 초반에 왕복. 그러나 너무 이른 시간이라 공항 갈 일이 막막해서 전날 인천공항 근처 미스터* 게스트하우스에서 1박을 했다. 영종도라서 그런가 그렇게 추운 밤은 또 처음이었다. 시설은 깨끗하고 다 좋은데 방이 추워도 너무 춥다.. 미리 좀 뎁혀주시지 난방을 올렸다는데 벌벌 떨면서 잤다. 샤워도 물 가운데가 안 나오는 희안한 샤워기에 수압도 낮아서 씻어야만 나가는 나로서는 그 새벽에 정말 고역이었지. 내 집이 이렇게 좋은 거였나 새삼 감사하며 출발.  

첫날, 둘째날은 벳셀호텔 신관에서 숙박하고 셋째날은 나하 시내로 이동, 나하 컴포트 호텔이었나 국제거리 가운데에 위치해서 교통이 좋았다.

첫날 관광은 택시로 요미탄 도자기 마을 고고. 바람이 어찌나 부는지 날씨도 썰렁하고 관광객이 거의 없었다. 오후 4시 정도였는데 사진만 봐도 어딘가 을씨년스러움. 오래된 마을이라 크고 무서운 나무들이 많았다. 한 7~8시면 귀신 나올 거 같은 분위기. 아니지.. 요괴로 정정한다. ㅋㅋ


이런 나무들이 길마다 수두룩 빽빽하다. 나무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좋은 구경이었다. 언덕길도 꽤 올라가고 도자기 판매처도 몇 군데인가 큰데도 있고 그랬는데 전체적으로 가격이 비싸서 침만 흘렸다. 엄마만 무슨 접시 한 개 2400엔 정도 주고 사고 나머지 일행은 아무것도 안 삼. 무늬라든가 도자기 크기가 한국산과 많이 달랐는데 좀 쓸만하게 큰 것은 5000엔 이상이고 사실 도자기를 여행 내내 가지고 다니는 것도 상당히 신경쓰이는 일이라 많이 살 수가 없었다.


저 집도 도자기 공방인가 판매처였는데 여기도 일본 만화에 나옴직한 압도적인 흉가 분위기(죄송합니다. - -;)라 앞에서 사진 찍은 듯.



요미탄 마을에서 아메리칸 빌리지까지는 버스로 이동했다. 버스가 좀 애매한데 도자기 판매처에 물어서(한 10분은 검색하고 물어보고 난리친 끝에 알아낸 정보) 군병원 앞인가 아메빌 근처 정류장까지 와서 내리고 초밥으로 늦은 식사를 마무리.
그 후 아메빌 관광하고 대관람차를 타고 싶다고 강력 주장하는 동생 때문에 나까지 공포체험을 했다. 무서워서 눈도 못 뜬 채로 타고 내렸는데 흐미.. 높이도 올라가는데다 바람이 부니까 관람차가 흔들리는 거. - -;; 누가 대관람차에서 낭만을 느낀다고 했던가.. 발밑이 천길 낭떠러지에 흔들리기까지 정말 더 탔으면 실례할 뻔..



벳셀 호텔은 근처의 호텔에 비해 많이 작다. 밤에는 옆 기다란 호텔에 가려서 잘 안 보였다. 덕분에 아주 가까운데도 불구하고 헤매면서 돌아왔네.

다만 아메빌이 코앞이라 야경 감상도 좋고, 호텔 바로 앞에 인조해변도 있고 익히 알려진 대욕장도 너무 좋았고
식당 뷰도 바다전망에 통유리라 식구들은 다들 만족했다. 음식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데 내 입맛에는 70~80점, 워낙 잘 먹는 엄마와 이모들은 80점 이상은 준 거 같다. 일단 조식 부페는 다음 여행에도 꼭 넣어야겠어. 점수 딸 수 있는 정말 좋은 방법. ㅋㅋ


호텔에서 커튼 재끼고 아침에 본 아메빌 풍경. 저 멀리 대관람차가 보인다. 놀이동산 안의 호텔에서 묵은 거 같은 기분이 든다. 사람이 없는 늦은 밤이나 아침에 보는 다소 썰렁한 놀이공원의 느낌도 좋고, 영업중인 불이 환하게 켜진 놀이공원을 감상하는 기분도 좋았다.
 

둘째날은 택시 투어. 구글에서 일본인이 하는 택시회사를 열심히 검색해서 직접 전화하고 메일 넣고 컨택해서 예약해놨다. 운전 못하지, 버스 구리지, 지하철 없지. 오키나와에서는 렌트 못하면 택시투어가 훨씬 낫다. 한국인이 무슨 사진찍어주면서 데리고 다니는 것도 있었는데 택시비 외에도 관광지 입장권이나 밥값 등 부수적으로 들어가는 게 많아서 패스. 일본인들은 팁, 밥값, 기사 입장료 등등 요구하는 거 없다. 내가 낸 건 고속도로 톨비랑 정해진 택시투어비로 끝. 다만 대개의 기사님들이 그렇듯 연령대가 높아서 하루종일 끌고 다니는게 죄송스럽기도 하고 혹시 오면서 졸지는 않나 걱정했는데 워낙 베테랑이라 그런가 8시간 기가 막히게 맞춰주시더군. 여행 내내 택시만 거의 이용했는데 정말 편했다.

첫번째로 들른 만좌모. 만명이 앉는 바위라 만좌모라는데 풍경이 탁 트인게 시원하고 좋았다. 저 코끼리 모양 바위가 풍화작용인가에 의해 점점 닳고 있어서 없어질 수도 있다고 한다. 오키나와에 또 올지 어쩔지 누구도 모르는 일이라 꼭 보고 싶었다.


추라우미 수족관. 나는 이미 오사카 가이유칸을 본 사람이라 그 이후 수족관 체험은 정말 감흥이 없는 인간인데 가족 모두 수족관을 좋아하는데다가 이거 빼도 달리 더 훌륭한 데를 갈 것도 아니어서 넣었다.
해양박 공원 안에 수족관이 있는 건데 생각보다 수족관은 사이즈가 작고, 공원은 너무나 넓었다. 게다가 그 눈을 찌르는 직사광선.
눈물이 줄줄 나고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었다. 해가 어찌나 강한지 여기가 하와이인가 싶게 멀리 시선을 두기가 힘들었다. 선글라스 필수 지참 요망. 나 빼고 다들 선글라스 쓰고 부러웠다.




오키짱 쇼.. 아.. 이거만 봐도 될 거 같아. ㅜ ㅜ 감동했다.
그 많은 묘기를 익히기 위해 오키짱이 (오키짱이 몇 마리인지 모르겠는데 아마 5~6마리는 되지 않을까 싶네. 얼굴 다른 오키짱 ㅋㅋ 아님 말구) 얼마나 고생했을까 생각하면 안타깝고, 하지만 인간도 먹고 살려면 묘기의 종류만 다르지 뭔가 하니까 어쩔 수 없기도 하고. 그 수준이 너무나 뛰어나고 조련사와 교감도 훌륭했다. 내가 내 귀로 고래 노래소리를 듣다니. 정말 이런 호강이 있나 싶게 감동했다. 무대도 12월이다보니 크리스마스 테마로 꾸며졌다. 저 위에 무슨 기계에 탄 조련사도 산타할아버지 복장이고 배경 판넬에도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적혀있다. 그런데 오키나와는 12월에도 그닥 춥지 않아서 (내가 갔을 때는 20도 안팎) 한여름의 메리 크리스마스처럼 너무나 이상한 느낌. ㅋㅋ
(사진 클릭하면 커집니다. 확인하실 분은 클릭 ㅎㅎ)




아래는 비세후쿠기 가로수길. 여기도 안 왔으면 후회할 뻔. 나무가 수두룩 빽빽하다. 그 너머에는 바다가 펼쳐지고 정말 아름다웠다. 이사온 집은 주변에 산이 없고, 아파트 단지에도 나무라고는 눈을 씻어야 보일까 말까하는 삭막한 곳이라 나도 모르게 나무가 그리웠는데 여기서 실컷 봤다.


흡사 정글같기도 한 오키나와 풍경. 저렇게 온갖 열매에서 자랄 법한 나무와 풀로 무성하다. 겨울에 이 정도이니 여름에는 더욱 빽빽할 거 같다.



고급진 고양이가 어디에나 있다. 경계심도 별로 없고 누구나 부르면 금방 와서 배를 보여준다. 간식이 없어서 차마 배 보여달라고 할 수는 없고.. 나도 양심이 있지 공짜로 너에게 그런 걸 요구하지 않는다. ㅋㅋ
그냥 인사만 하고 헤어지기로. 누가 키우는 고양이가 산책 겸 돌아다니나 섬 도처에 넘나 이쁜 애들이 많았다.


셋째날 오달 반나절 버스 투어로 간 무슨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는 신성한 땅. - -; 한달인데 이름이 기억이 안 나.
세상에 반은 등산인데 비가 온 후라 바닥도 미끄럽고 이 길을 구두신고 등반하신 분도 계시네요. 굳이 안 외도 될 거 같다. 다만 이 신성한 땅 오기 전에 블루씰 아이스크림 매장이 있는데 여기가 블루씰 명당이네. 다른 매장보다 아이스크림을 훨 많이 주고 잠깐 쉬었다가기에도 젤 좋은 코스에 위치해있다. 암튼 나는 역사적 유산에 별 관심도 없고 얘네한테야 신성한 땅이고 기도하는 곳이지 내 눈에는 여기도 귀신 나오기 딱 좋은 곳이라 밤에는 절대로 오고 싶지 않아. 다행히 밤에는 입장도 안 된다. ㅋㅋ 뭔가 만나고 싶다면 모를까..


글라스 보트를 타러 간 이름이 기억 안 나는 해변.
해변은 원없이 본 듯하다. 버스 타면서 미라이카나이라고 아주 긴 바다가 보이는 다리도 건너고, 택시투어하면서도 또 그 비슷한 다리를 건너고, 이 해변 갔다가 저 해변으로..
막상 오키나와를 다녀오니 제주도가 그립네. 오키나와도 참 좋았지만 제주도도 그에 못지 않게 좋다. 아직 중국인이 많이 풀리지 않았을 테니 올해 우도에 한 번 더 가고 싶다. 우도의 바닷가도 흰모래가 빛나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아.. 왜 일본 갔다왔는데 결론은 대한민국 찬양으로.. ㅋㅋ 내 나라가 있으니까 해외여행도 좋은 거지.. 일본은 가까운데도 우리나라와 정말 다르다. 빨리 백수 탈출해서 어디든 마음 편히 놀러가고 싶다. 이런 깨끗한 바다를 또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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